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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만화경] 사랑은 노력이고 기술이다!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알록달록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화이트데이!’ 진열장에 놓여있는 각종 사탕들. 평소 사탕을 먹지 않는 아내지만, 오늘만은 예외일 것이다.   화이트데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원래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면, 남성이 한 달 뒤 흰 초콜릿, 흰 사탕, 흰 손수건 등 흰색의 물건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답하는 날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고백과 상관없이 남성이 연인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로 정리된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챙겨야 하는 게 뭐가 이리도 많은지. 사랑도 쉽지 않다.   그런데 원래 사랑은 어렵다. 사랑이 쉽다면, 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상처에 괴로워하겠는가? 사랑은 단순히 마음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배려·책임·존경·이해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배우고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심리학자인 스턴버그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 완전한 사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로 열정·친밀, 그리고 헌신을 꼽았다. 헌신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열정과 친밀의 마음이 있어도 헌신이 없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에 그칠 뿐이다.   가장 쉽고 흔한 노력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라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사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어찌 알 수 있겠나. 사랑만이 아니다. 원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존재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반지로 혹은 기념일의 선물로 사랑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길 원한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상처를 줄 만큼 우리는 사랑의 기술에 서툴다. 어색해도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화이트데이의 사탕은 아니더라도,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 한 송이라도, 커피 한잔이라도, 아니면 ‘고마워, 사랑해’ 말 한마디라도 건네보면 좋겠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사랑 노력 낭만적 사랑 평소 사탕 각종 사탕들

2025-03-25

50년 전 첫사랑 찾아 길을 떠나다

‘콘트라밴드’(2012년), ‘투 건스’(2013년)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이슬란드의 발타사르 코르마퀴르 감독은 옥탄가 높은 액션물로 알려진 필름메이커이다. 그는 50년 만에 청년기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로맨틱 로드 무비 ‘터치’로 자신의 전작들로부터 180도 전환한다.     아내를 잃은 노년의 크리스토퍼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건강에 자신도 곧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할 것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그에게 죽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50년 전의 첫사랑 미코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풋풋했던 첫사랑, 그러나 이루지 못했던 그 사랑을 그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의 꿈결 같은 회상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는 50년 전의 그 여인 미코는 런던에 사는 일본계 이민자의 딸로, 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일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경제학도인 아이슬란드 유학생 크리스토퍼는 런던의 일본 음식점에 취직을 하고 그곳에서 미코를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며 순진하고 수줍은 사랑을 나눈다.       크리스토퍼는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았을까. 두 사람은 그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는 두 연인이 끝내 만나게 되리라는 걸 은근히 암시한다.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사랑이 흔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요즘의 멜로와 전혀 그 감성을 달리한다. 근래 보기 드문 감동을 전하는 아트하우스 로맨스 드라마 ‘터치’는 두 연인의 낭만적 사랑과 헤어짐의 아픔, 그리고 운명적 재회를 매우 고전적인 방법으로 그려나간다. 마치 포근한 봄날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처럼 그들의 꾸밈없는 사랑이 예쁘기만 하다.     크리스토퍼와 미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두 배우 팔미 코마르커와 고우키의 눈길을 주고받는 조용한 연기에 첫사랑의 설렘이 살아 있다. 톱스타 부모와 빼어난 미모로 ‘금수저 셀럽’이라는 평판에 갇혀 있던 고우키가 의외의 흡인력을 발산한다.     ‘터치’는 음식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해 주는 영화다. 크리스토퍼가 미코의 아버지로부터 배워 만든 일본 음식들이 두 연인의 식탁에 오르고 둘은 음식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랑을 키워간다.   영화에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없는 원폭 피해 여성들의 서글픈 사연과 세대를 잇는 일본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그로 인한 오해가 불러온 관계의 깨어짐, 그럼에도 사랑은 5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서로를 포옹하게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첫사랑 로드무비 낭만적 사랑 아이슬란드 유학생 아트하우스 로맨스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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